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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

2016.09.03 카약 세일링 시즌1-ep02 한강 40키로 대장정(잠실대교~밤섬 왕복)

요즘 카약 타는 재미에 흠뻑 빠져서 삽니다.

월요일 아침이면 지난 주말을 떠올리며 흐뭇한 기분에 빠져서 월요병을 이겨냅니다.


한강행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요.

같이 타는 형님이 형수님의 협박(?)때문에 이번 주는 쉬어야 될 것 같다는 비보를 전해듣고 이번엔 저 혼자 흰둥이 위에 둥둥이 카탑하고(흰둥이=제 차. 흰색 차라 흰둥이임, 둥둥이=제 카약. 물에 둥둥 뜨기 때문에 둥둥이임. 둘이 형제) 그나마 가까운 잠실대교로 갑니다.

한강에는 여기저기 카약 런칭할 장소가 다양하게 있더라고요.

일본 기업의 초거대 타워가 보이고요.

누군지 모르겠는데 한비야씬가...하늘을 향한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보면 엇나간 남성들의 

욕망이 생각난다고...

땅값이 비싸니 용적률을 최대로 높인다는 발상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이서 

보니까 서울 항공 관제 시스템까지 바꿔가면서 뭐 하러 저렇게 쌓아올리려는지...

 제2의 경술국치 때 저 꼭대기에 욱일승천기라고 걸려고 저러는 것인지...


찝찝한 기분을 뒤로 하고 잠실대교 도착해서 카약 런칭을 합니다.

무슨 행사 준비한다고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사진을 못 찍었는데요. 사진은 퍼왔습니다. 

산유화님이 찍으신 사진인데요. 불펌이지만 같은 카페 회원이시니 봐주실거라 생각합니다. 

망원은 카약을 끌고 오르내리기가 거리도 짧고 주차장 바로 앞이라 괜찮았는데 잠실은 좀 머네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약 200미터는 이동해야 됩니다.


11시 정도에 출발했는데 이 시간이 또 오판이었습니다. 

카약 이동거리 6~7km/h, 해가 떠 있는 시간 고려해서 전체 일정을 짜야하는데 막연히 한강 왔는데 밤섬은 한 번 돌아야지 하는 생각이었죠.

이 생각은 몇 시간 뒤 아주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게다가 액션캠을 차에 두고 안 가져 오는 바람에 이번 편은 초반 월드타워 빼고 전부 핸드폰 사진입니다.


가다가 만난 서핑하는 부부. 저 작은 보드 위에서 균형 잡고 노를 양 옆으로 저으면서 앞으로 나가는데 참 빠릅니다.

취미가 같은 부부라니 참 노총각 가슴을 설레이게 하네요.

일단 점심을 먹기 위해 한강 해상 오물 수거 보트 옆에 잠시 정박.

패들리쉬와 연결된 패들을 정박할 때 씁니다. 어디서 보거나 누가 가르쳐 준 것은 아니지만 저렇게 하는게 편하더라고요.

오늘의 점심은 바나나, 자유시간, 구운 오징어. 

사진 순서가 좀 엉킨 것 같지만 어쨌든 지나가다가 하수 배출구 같은데 왠지 다른 세계하고 연결된 차원 이동 공간같은 꼬맹이 적에 많이 하던 상상이 되면서 땡기더라고요.

바싹 다가가서 찍었는데 워~ 끝이 안 보이네요.

한 번 들어가면 다신 못 나올 것 같아서 들어가는 것은 포기했네요.

어쨌든 밤섬을 향해서 항해 아니 항하는 계속 됩니다.

날씨가 햇빛 쨍쨍한 날씨가 아니라 좋네요. 지금까지는ㅎㅎ

잠수교

핸드폰 사진기에 파노라마 기능도 있었네요. 처음 알았네요.

근데 파노라마 찍을려면 한바퀴 쭉 돌려야 되는데 카약에 앉아서는 그게 힘들어요.

다리 중간이 잘 못 이어졌네요. 

중간 휴식지 노들섬

오른쪽으로 돌아갔으면 시원한 그늘에서 오징어에 맥주를 마셨을텐데. 

왼쪽으로 가서 그냥 햇빛 아래서 맥주 한 캔 마셨네요.

여기까지 오고 나서 기력이 거의 60퍼센트 소진 됨.

근데 여기서 gps수신기를 강바닥에 퐁당ㅜㅜ

노들섬 일곱번째 안전 벽돌 앞에 제 gps수신기가 빠져 있음.

예상 수심 3.1m (실제 수심 1.8m정도-2016년 11월 4일 수정)

자맥질을 할 수도 없고 참...

흰둥이 블랙박스 교체하면서 남은 후방카메라가 있는데요. 이거 자작해서 강바닥 탐색기를 만들겁니다. led도 달고 방수처리해서 만들면 그것도 참 재미있겠네요.

노들섬에서 휴식을 마치고 드디어 밤섬입니다. 

이 날은 밤섬을 떠난 주민들이 2년에 한 번씩 제사를 지내러 밤섬 들어가는 날입니다.

원래 9시에 망원지구 선착장에서 바지선을 타고 밤섬 들어간다기에 저는 밤섬 뒷 편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뭔가 시끄러워지면 은근슬쩍 합류할려고 했었는데요.

한강에 워낙 늦게 온 통에 제가 갔을 때는 제사 끝나고 다 돌아가신 뒤였네요.

바지선을 정박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 사진입니다. 

줌 좀 땡겼다고 핸드폰 사진 화질 쩌네요.  밑에 사진은 더 합니다.

빨리 미러리스 방수 하우징을 구해야겠네요. 

이런 사진 찍으면 나중에 확인할 때 참 속상합니다ㅎㅎ


밤섬은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더라고요. 겨울되면 철새들이 많이 날아온다는데요.

지금 계획이 카메라에 망원렌즈 달고 카약에 삼각대를 고정할 수 있도록 거치대 세 군데를 만들어서 카약 위에서 줌 땡겨서 새들 사진을 찍을 건데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네요.

구상은 끝났습니다.

미니 스퀴드 석션컵, 삼각대는 삼발이가 중심 축하고 고정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사면 되는데요. 여기까지 예상 지출이 10만원에 기간은 10일 정도 소요될 것 같네요.

미니 스퀴드 석션컵을 아마존에서 배대지끼고 공수해와야 되거든요.


제일 걸림돌이 방수 하우징인데요. 

망원렌즈를 장착한 제 카메라 전체를 감싸줄 수 있는 하우징이 없네요.

그렇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쌩으로 카메라를 쓰자니 그건 아닌 것 같고요.

찾는 자에게 길이 보이고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릴 것이니 이 부분은 계속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 사진하고 아래사진하고 이런 사진들을 계속 찍을 수는 없으니까요. 

밤섬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거의 오후 5시 정도.

남은 기력 20% 정도.

돌아갈 거리 20에서 25키로 정도 남았는데요. 중간 중간 쉬는 시간까지 4시간 정도 가야할 거리입니다.


그 와중에 물에 사진 속의 저런 애들이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손님 여섯 분 패들 끝으로 무사히 건져내서 노들섬에다가 안착시켰네요.


한강에서 둥둥이 탈 때면(그래봐야 이 번이 두 번째지만ㅋㅋㅋ)나비, 잠자리가 도강하는 것을 심심찮게 보거든요.

강을 건너는 나비라...얼마나 멋진지...나비가 지나갈 때마다 넋놓고 쳐다보게 됩니다.

날개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날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땅에서 볼 때와는 느낌이 좀 다르더라고요.


잠자리는 쌍으로 붙어서 강 위에서 교미를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참 염장을 지르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잠자리의 비행능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들었어요. 잠자리 비행 시의 순간 가속력을 흉내내려고 과학자들이 혈안이 되어 있다네요.  


여긴 어느 다린지 모르겠는데요. ktx지나가는 다리 옆에 있는 다리 밑인데요.

딱 보는 순간 나무의 나이테라고 할까요. 사람의 인생 노정이라고 할까요.

나날이 급변하는 사회 속의 한 구성원으로써 나이가 듦에 따라 단계별로 통과해야 할 관문들이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저 구조물들처럼 차례차례 서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지금 어느 관문 앞에 서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나이 먹도록 혼자고 주니어도 한 명 없으니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라 저기 두 세 번째 밑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느낌이 수상해서 집을 나설 때 라이트를 챙겼었는데요. 둥둥이 선두 그물망에 라이트 고정시키고 방전된 체력에 겨우겨우 패들질해서 돌아왔네요.

돌아오면서 깨달았던 것이 잠수대교에서 둥둥이 런칭할 때 카약 카트를 둥둥이 콕핏 뒤에다가 묶어서 하루종일 돌아다녔는데 알고보니 카트 바퀴가 물에 닿으면서 저항을 만들어내더라고요.

어쩐지 gps 잃어버리기 전에 측정한 속도가 6~7km 밖에 안 나오더라니 OTL


잠실대교 출발 오전 11시,

잠실대교 도착 오후 9시 30분.


   점심 바나나, 초코바, 오징어

   간식 바나나, 맥주, 오징어

   저녁 바나나, 초코바, 오징어


하루종일 저거 먹고 계속 패들질 하려니 노가다도 이런 노가다가 없더라고요.

마치 아우지 탄광에 끌려가서 강제노역에 시달린 기분?

근데 재미있더라고요. 밤에 타는 카약 정말 재미있어요. 주위가 어두워 조금 스산하고 한 번씩 둥둥이 밑으로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 뒷머리가 쭈뼛쭈뼛하지만 야경도 좋고 잔잔한 물결소리도 듣기 좋고 밤바다에서 뗏목 타는 느낌과는 다르지만 운치가 있다는 점에선 같더라고요.


빨리 롤링, 레스큐 연습해서 바다로 가야 할 텐데요. 제부도 모래사장에 텐트 쳐놓고 하루종일 카약 타거나 여수를 가야 하는데요.

여수엔 십 수 년을 묵혀 온 숙원이 남아 있거든요(절 시즌2-여수편 참조)

십 수 년 전 어민용 뗏목을 향해 출발했다가 조류에 갇혀 바다 한 가운데서 조난당했던 치욕을 만회해야 합니다ㅎㅎ

기다려라 여수 앞바다 뗏목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