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절 시즌2-2 절에 머무는 동안 점심 공양 즈음되면 밖에서 개들이 짖는 소리가 유난히 커서 궁금해하고 있던 찰라 그 날은 궁금증을 못 이기고 나가보니 허리에 톱, 망치 등 연장들을 묶은 띠를 두른 한 사람이 사납게 생긴 개를 데리고 경내에 나 있는 길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절에 사는 세 마리의 개 중 한마리인 백구가 이 개와 투닥거리며 내는 소리였다. 백구는 풍산개의 한 종류인데 이 개와 마주치면 자기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생각하는지 매번 다툰다는 것이었다. 백구는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몸집이 앙상하고 이 개는 주인이 잘 먹였는지 포동포동 살이 올라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상대가 안 될 것 같지만 사냥개 특유의 본성때문인지 몸싸움에서 밀리면서도 끝까지 대들었다. 한날은 백구의 옆구리에 핏자국이 남아 있어 사무장님께.. 더보기
절 시즌2-1 딱히 행선지를 정한 것은 아니었다.그냥 인터넷으로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경치가 좋은 곳이 있어 후일 여력이 되면 한번 가보리라 생각했던 곳이 있었다. 절을 나오면서 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당시엔 순간에 살리란 기치 아래 즉흥적인 선택의 연속이었다. 약간 억센 경상도 억양과 달리 살짝 나긋한 억양의 전라도 말씨를 쓰는 스님이 전화를 받았다.절에서 한동안 묵고 싶다고 의중을 전했다.그 절에서 체류하게 되는 조건으로 얼마간의 노동력을 제공할 것과 약간의 숙박비를 요구하셨다. 그렇게 주소 하나 받아들고 다시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어릴 적에 재래시장을 많이 돌아다녀서인지 시대에 한발짝 뒤쳐진 느낌이 드는 여수의 저작거리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요즘처럼 정형화된 형태가 아닌 가판대가 두서없이 즐비한 시장통에 .. 더보기
절3 당시는 혈기가 왕성하던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근 석달동안 조용한 절에 머물러 있으니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끓어오르는 피를 누르려고 내가 선택했던 방법은 매일 산을 오르는 것이었다. 마을 주변이 온통 산이었으니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그 전에도 한번씩 스님을 모시고 산을 오른 적이 있었으나 스님이 연로하신 탓에 얼마 못 오르고 다시 내려 온 적이 많았던 터라 그 위엔 뭐가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었다. 처음엔 이리저리 다녀보니 신기한 지형도 많아서 재미있었지만 얼마 못가서 이정도로는 내 혈기를 누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다음 선택한 방법은 산악구보였다. 보통 걸어서 산 중턱에 도달할 정도쯤에 숨이 차오르곤 했는데 산악구보는 시작하자마자 바로 숨이 차올랐다. 점점 뛰는 속도는 느려져서 나중엔 뛰.. 더보기